’13홈런 53타점’ NC 알테어-권희동, 중심타선 안 부럽다

’13홈런 53타점’ NC 알테어-권희동, 중심타선 안 부럽다

2020 KBO리그는 ‘잠실라이벌’ LG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위 다툼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 팀은 하루만 지나면 순위가 바뀌어 있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양 팀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잠실 한국시리즈’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LG와 두산 위에 7할대 중반의 승률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질주하고 있는 NC 다이노스가 있기 때문이다.

NC를 지탱하는 힘은 역시 강력한 타선이다. 실제로 NC는 팀 타율(.305)과 팀 안타(381개), 팀 득점(243점), 팀 홈런(55개), 팀 타점(235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대타 요원에 불과했던 강진성은 타율 .450 8홈런 31타점 23득점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NC의 중심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박민우, 이명기, 나성범, 양의지, 강진성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은 적수가 없는 10개 구단 최강으로 꼽힌다.

강팀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상·하위 타선의 적절한 균형이다. 상위 타선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하위 타선이 상대 투수들에게 ‘쉬어가는 시간’이 된다면 타선의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중심타선 같은 하위타선을 거느린 NC는 타선의 균형을 걱정하지 않는다. 바로 올 시즌 13홈런 53타점을 합작하고 있는 애런 알테어와 권희동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하위타선’이 있기 때문이다.

상위타선에서 부진하던 알테어, 하위타선에서 연일 맹타

작년 시즌을 앞두고 4년 125억원을 받고 NC로 이적한 양의지는 작년 NC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1985년의 이만수 이후 무려 34년 만에 포수 타율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4번타자 양의지’는 이동욱 감독의 시즌 계획과는 다소 어긋난 결과였다. 4번타자로 배치할 예정이었던 외국인 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와 제이크 스몰린스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양의지를 4번 타순에 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알테어에 대한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100만 달러의 몸값을 주고 영입한 알테어가 4번 타순에서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수비에서도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양의지가 다시 4번타자까지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막전에서 2번으로 출전한 알테어는 시즌 초반 2번과 4번을 오가며 활약했지만 2번 타순에서 타율 .231 2홈런 4타점, 4번 타순에서는 12타수1안타(타율 .083)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NC의 유일한 고민거리로 전락해 가던 알테어는 5월말부터 하위 타순으로 내려 갔다. 재미 있는 사실은 상위타선에 배치될 때만 해도 1할대에 허덕이던 알테어가 하위타선에서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알테어는 올 시즌 7번 타순에서 타율 .333 4홈런 17타점, 8번 타순에서 타율 .378 3홈런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NC가 치른 35경기에 모두 출전한 알테어는 어느덧 시즌 타율을 .294까지 끌어 올렸다.

흔히 초반 부진으로 하위 타선으로 내려간 외국인 타자는 컨디션을 회복하면 다시 중심타선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나성범, 양의지, 강진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중심타선을 구축한 NC의 이동욱 감독은 알테어를 ‘공포의 7번(또는 8번)타자’로 활용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알테어는 올 시즌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돼 있음에도 홈런 5위(9개), 타점 2위(35개)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알테어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뛰어난 주력이다. 알테어는 올 시즌 71.4%의 성공률로 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도루부문에서 리그 공동 6위, 팀 내에서는 박민우(4개)와 이명기(3개)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NC가 치른 35경기 중 32경기에서 주전 중견수로 출전해 실책 1개만 기록할 만큼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 NC는 알테어로 인해 올 시즌 창단 후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유형의 공수주를 겸비한 호타준족 외국인 타자를 갖게됐다.

공수주를 적당히(?) 갖춘 공룡들의 ‘작은 육각형’ 외야수

2013년 신인 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4순위. 만약 NC가 창단되지 않은 8개 구단 체제였다면 권희동은 아마 프로 지명을 받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가까스로 프로에 입단한 권희동은 입단 첫 해부터 NC의 외야 세 자리를 옮겨 다니며 15홈런으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종욱(NC 작전·주루코치)이 합류한 2014년에는 홈런이 7개로 줄었지만 .203에 불과하던 타율을 .285까지 끌어 올렸다.

2014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권희동은 복귀 시즌이었던 2017년 NC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며 타율 .286 19홈런 86타점 72득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권희동은 2017년의 상승세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권희동은 NC가 최하위로 추락한 2018년 8홈런 57타점으로 성적이 주춤했다.

권희동은 이종욱이 은퇴하고 나성범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작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두 외국인 선수와 이적생 이명기 등에게 밀려 116경기에 출전하고도 6홈런 41타점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에도 간판타자 나성범이 부상에서 복귀하고 외국인 선수로 외야수 알테어가 합류하면서 권희동이 노릴 수 있는 현실적인 자리는 김성욱, 김태진, 김준완 등과의 경쟁을 통해 NC의 4번째 외야수 자리를 따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나성범이 아직 수비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몸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자 이동욱 감독은 권희동을 주전 우익수로 낙점했다. 2할대 중·후반의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을 가진 멀티 외야수 권희동은 올 시즌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49 4홈런 18타점 20득점이라는 믿기 힘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권희동은 7회 이후 타율 .438 2홈런 11타점을 몰아치며 승부처에서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나성범이 풀타임 수비가 가능해질 정도로 몸 상태가 올라온다면 권희동은 주전 자리를 위협받을 1순위 후보다. 하지만 코너 외야는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중견수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는 ‘작은 육각형 외야수’ 권희동은 4번째 외야수는 물론이고 지명타자, 오른손 대타 요원 등으로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자리에서도 제 몫을 해내는 다재다능한 외야수 권희동은 NC의 창단 첫 우승 도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