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를 19연패의 벼랑 앞에서 구한 끝내기 결승타의 주인공은 ‘무명 7년차’ 노태형(25)이다. 2014년에 계약금 3000만원으로 입단한 한화에서 2군을 전전했고, 지금까지 프로야구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고 뛰는 노태형은 생애 첫 1군 콜업 25일 만에 한화의 구원자로 우뚝 올라섰다.
노태형은 14일 오후 2시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두산 베어스와 가진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홈 2차전 서스펜디드게임 재개 경기에서 4-5로 뒤처진 6회말에 5번 타자 겸 1루수 김민하의 대타로 교체 출전,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그중 안타와 타점은 가장 극적인 순간에 나왔다.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2·3루에서였다. 2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볼카운트에서 두산 투수 함덕주의 6구째를 타격해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3루 주자인 주장 이용규를 홈으로 불러 7대 6 역전승을 일궈낸 끝내기 적시타. 마지막 아웃카운트, 그리고 마지막 볼카운트에서 터진 결승타였다.
노태형은 이 결승타로 한화의 연패를 끝냈다. 이 경기는 지난 13일 두산과 홈 2차전 3회말 공격 시작과 동시에 우천 중단된 서스펜디드게임의 재개 경기였다.
한화는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 NC파크에서 NC 다이노스에 0대 3으로 패배한 뒤부터 지난 12일 두산과 홈 1차전에서 2대 5로 패배할 때까지 18연패를 당했다. 이는 출범 39년째를 맞이한 프로야구에서 최다로 기록된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18연패와 타이기록에 해당한다.
한용덕 전 감독이 지난 7일 NC와 홈 3차전에서 2대 8로 져 팀 사상 최다로 14연패를 기록해 물러나고,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연패를 이어간 한화의 암울한 상황은 입단 7년차까지 이름조차 생소한 노태형의 한방으로 막을 내렸다.
노태형은 201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104번째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사실상 프로 입단의 막차와 같았다. 입단 이후에 2군만 전전하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노태형에게 경찰청·상무 입단은 언감생심이었다. 2017년 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간 곳도 한화 2군이었다.
이런 노태형의 첫 1군 출전은 지난 5월 20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 원정 2차전에서야 이뤄졌다. 부진한 선수단의 분위기 쇄신 차원의 1·2군 교체는 노태형에게 기회가 됐다. 하지만 노태형은 그날 첫 1군 출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해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노태형은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 2차전을 2대 12로 대패한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군 사령탑 출신으로 1군 지휘권을 받은 최 감독대행의 호출을 받았다. 이어 지난 11일 롯데와 원정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당시 한화는 0대 5로 졌지만, 노태형은 1군 첫 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김태균·이용규·정우람부터 신인 한승주까지 신구가 모두 합심한 이날, 노태형은 한화의 연패를 끊은 결승타로 첫 타점을 쌓았다. 서스펜디드게임의 기록은 일시 중단 선언 당일의 것으로 쓰인다. 한화의 탈연패와 노태형의 첫 타점은 지난 13일자로 작성됐다.
노태형은 14일 오후 5시에 편성된 두산과 홈 3차전에서 7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이 경기에서 3대 2로 승리해 2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여전히 최하위지만, 중간 전적 9승 27패를 기록해 1할대로 떨어질 뻔했던 승률을 0.250으로 끌어올렸다. 9위 SK 와이번스(12승 23패)를 3.5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16일부터 사흘간 펼쳐지는 LG 트윈스와 홈 3연전에서 탈꼴찌에 도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